강남대로 주변의 코포라티즘 ;자본주의의 상징인 거대 기업의 미학적 요구를 수용한 건축. 상업적 기념비성이 강조된 건축.
그들을 통칭하여 코포라티즘(Coporatism) 건축이라고 명명한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시그램빌딩, SOM의 레버하우스로 대표되는 1920년대 이후 미국의 대도시를 장악한
초고층 빌딩은 사무공간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며 기업 문화의 표상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도 1960년대 김중업의 삼일로빌딩 이후 1980년대 63빌딩,
1990년대 포스코센터, 2000년대 SK텔레콤 타워로 이어지며 기업이 주도하는 마천루 건축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 나폴리의 아름다운 집 ,주얼리 디자이너 안토니아 밀레토의 아뜰리에 ]
오늘날 국내에서 코포라티즘 건축의 가장 치열한 각축장을 꼽으라면 단연 서울 강남대로 주변을 지목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경영철학과 건축공간의 미학적 결합이 성공적으로 결합되고 있다 할 수 있는
이 지역은 자본주의의 이익을 대변하는 건축의 존재와 디자인 해법을 보여준다는 관점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강남대로 주변에는 한국적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릴만한 오피스빌딩 4곳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타운, 부티크 모나코, 교보강남타워, 어반하이브는 각각 이 시대를 대표하는 특색 있는 건축으로 회자되곤 한다.
강남대로 주변의 코포라티즘
삼성타운과 교보강남타워는 외국의 다국적건축설계회사 KPF와
유명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가 디자인하였고, 부티크 모나코와 어반하이브는
한국의 건축가 조민석과 김인철이 디자인한 것으로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의
빌딩디자인 성향을 비교하는 전시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삼성타운과 부티크 모나코, 교보강남타워와 어반하이브는 근접한 거리의
대지에 건축됨으로써 본의 아니게 서로 간 강렬한 형태언어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등
사뭇 긴장감이 도는 것이 사실이다. 전형적인 미국스타일의 오피스빌딩을 연상시키는
삼성타운은 기업 고유의 이미지를 유비했다기보다는 초국가적 기업의 현대성을
형태언어로 추상화 한 것이라는 점에서 건물의 외관으로부터 받는 인상은 건물 주변을
배회하는 일반인들에겐 호의적이지 못하다. 반면 부티크 모나코는 오피스텔 용도의
기능성을 살리면서도 ‘실종된 공간’이라는 건물의 다양한 표정을 연출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소위 최상위계층만을 위한 맞춤형 건축의 전형이란 지적에도 불구하고 도시경관에 긍정적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삼성타운이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에 치중하여 반(反)대중적 건축의 형태
언어를 중용하고 있다면 부티크 모나코는 대중주의적 건축의 제스춰를 보이고 있다.
건축의 기능성과 건물내외부에 적용한 소재 및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전자의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경직된 입면은 외부의 시선을 부자연스럽게 하며, 친밀감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바람에 근접한 부티크 모나코의 복합 미디어적 입면의 다양한 표정은 삼성타운의 이 같은 무거운 인상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발랄한 느낌을 선사하고 있는 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