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1784 식음공간
네이버 1784 식음공간
네이버 검색창을 상징하는 ‘그린’.
신뢰와 안정을 주는 녹색은 믿을 수 있는 안내자가 되고자 하는 네이버의 기업 철학을 담고 있다.
네이버 첫 번째 사옥 그린팩토리는 설계 단계부터 환경을 고려해 에너지 절약형으로 건축하고, 건물 외관에 녹색을 접목해 기업 가치와 비전을 전달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2년 신사옥 1784가 공개됐다. 1784는 건물 주소지의 지번이자 산업혁명이 시작된 해이다.
로봇 친화형 빌딩 1784는 일하는 공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그린팩토리와 마찬가지로 건물의 전 생애 주기에 걸친 친환경성과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녹색건축인증(LEED)을 획득했다.
직관적으로 ‘그린’을 담은 제 1사옥과 달리 1784의 ‘그린’은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곳의 그린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 의문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디자인하기에 앞서 유랩이 처음으로 향한 곳은 기업의 쓰레기장이었다.
그곳에는 버려진 컴퓨터 부품들이 쌓여있었고, 금와 은 등 주요 부품만 빼고 나머지는 매립지에 폐기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생각했다. 그린이 꼭 시각적으로 나타나야 할까. 이렇게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그린’이지 않겠나.
설계팀은 ‘HYPER GREEN’이란 콘셉트를 도출해, ‘담아내는 그린’에서 ‘덜어내는 그린’으로 1784의 새로운 그린을 정의했다.
버려진 컴퓨터 부품을 정제해, 지하 1층 전체 식음 공간과 28층 VIP 레스토랑에 공간 요소로 활용했다.
컴퓨터 기판을 콘크리트 거푸집에 넣고 잘라낸 샘플을 PCB(polychlorinated biphenyl, 폴리염화 비페닐) 콘크리트라고 이름을 붙였다.
블록 안에는 부품들이 무작위로 들어있고, 각각의 블록마다 고유한 패턴을 형성한다.
PCB 콘크리트는 크기별로 분류해 공간을 구축하는 벽으로, 공간 속 오브제로 다양
지하 1층은 시간에 따라 직원식당 외에 카페나 자유로운 업무 공간으로 확장한다.
식당을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에 3시간. 설계팀은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점유할 수 있도록 ‘SHUT DOWN’을 제안했다.
식사 시간이 끝나면 주방 입면이 건물 코어와 같은 형태로 모두 닫혀, 주방 부스의 소리와 냄새를 차단한다.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은 식당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요소를 숨기고, 새로운 기능의 공간이 드러난다.
고속도로에서 흔히 보이는 흡음재가 새로운 패턴의 금속 패널이 되어, 지하 1층의 주요 마감재로 사용되었다.
식당 공간의 소음을 줄이는 방법으로 방음 패널이 거론됐지만 3,000평이 넘는 규모를 감당할 수 없어
고민하던 김종유 소장은 고속도로를 운전 중 방음 패널을 발견 후 ‘유레카!’를 외쳤다.
흡음 소재로 마감된 벽면 전체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로봇친화형 빌딩 1784의 메인 콘셉트와도 연결될 수 있다.
유랩은 기성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공간 맥락에 맞는 소재를 찾고자 노력한다.
그러한 접근법은 공간에 고유한 정체성을 반영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오랜 생명력을 부여한다.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미학 이전의 윤리. 그리하여 유랩이 제시한 네이버의 ‘그린’은 이미지보다 이야기에 가깝다.
네이버 그린팩토리 이후 ‘네이버의 새로운 사옥의 GREEN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저희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품었던 질문이었습니다.
NAVER 그린팩토리에 미팅 차 처음 방문했을 때 주차장을 잘못 찾아 쓰레기 처리장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버려진 컴퓨터와 폐기판으로 가득한 그곳은 편리하고 풍요로운 우리 삶의 이면이자 현실이었습니다.
그때 봤던 수많은 컴퓨터와 PCB 폐기판은 우리가 살아가는 첨단의 세상에서 배출되는 그저 일부일 뿐이었음을 알았기에, 폐기판의 처리 과정을 찾아봤습니다.
물론 PCB 기판 내의 다양한 천연자원 회수를 위한 재활용이나 재사용 방법도 있었지만,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E-Waste)의 일부만이 재활용되며 나머지는 매립 등의 방식으로 폐기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기존 네이버 사옥이었던 그린팩토리는 GREEN을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네이버의 가치와 비전을 드러낸 공간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현재, 새로운 사옥의 GREEN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이 경험은 우리에게 아이디어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우리는 네이버 신사옥의 그린을, ‘담아내는 GREEN’에서 ‘덜어내는 GREEN’으로 변경하여, ‘HYPER GREEN’으로 정의하였습니다.
‘HYPER GREEN’은 자연의 색인 녹색 외에도, 그 의미를 계승한다면 회색과 같은 무채색도 GREEN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하 1층 전체 F&B 공간과 28층 VIP 레스토랑에 IT 회사의 정체성이자 가장 많이 소비되는 소재인 컴퓨터 부품과 폐기판을 정제하여 공간의 요소로 활용해, 네이버의 그린을 제시했습니다.
아트월과 마감재 등 공간 안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되는 폐기판은 재활용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상을 직접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