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노트 / DOrae knot咖啡店 / DOrae knot
도래노트 / DOrae knot咖啡店 / DOrae knot
담박(淡泊)이라는 말이 있다. 빛깔이 진하지 않고, 묽거나 옅음에 머무는 상태. 무언가 첨가되지 않은 것들.
담박한 맛은 싱겁고 슴슴하며, 담박한 성격은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제갈량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계자서’에서 그는 담박을 강조했다. 여기서 담박은 깨끗하고 고요함을 유지해 스스로 담담함을 이루는 경지로,
흔들림 없는 물에 비유하며,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담박함은 외부의 강한 자극 반대편에 선 절제이자 내밀한 마음가짐이다.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카페 도래노트는 그런 담박함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오랜 시간 다양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클라이언트가 선보이는 첫 번째 카페로, 호스피탈리티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에 제공되는 경험을 일컫는다.
단순 서비스와 ‘정서적 교류’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 전에 건네주는 물 한 잔,
주고받는 다정하고 일상적인 대화 같은 것들. 매듭과 매듭을 잇는 ‘도래매듭’에서 파생된 이름처럼 도래노트를 방문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스튜디오 김거실은 담백
힘이 느껴지는 클라이언트의 성향과 닮은 카페 공간을 계획했다.
이곳은 직선의 조형과 그리드를 정렬해, 간결하면서도 담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의 톤앤매너로 목재,
석재와 같은 자연의 물성을 활용했는데, 특히 부드러운 색감의 너도밤나무로 제작된 직선적인 형태의 가구들은 전체를 아우르며 따뜻함과 안락함을 더해준다.
천연 오일로 마감한 가구는 통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듬뿍 흡수하고, 사람들의 손때가 자연스레 묻으며 시간의 흐름이 주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도래노트의 중요한 특색은 에스프레소 바와 필터 커피 바를 감싸는 가구와 벽체에 사용된 ‘베르데 안티구아’
천연 석재다. 채도가 낮은 그린 컬러를 주축으로 화이트와 그레이가 섞인 불규칙한 패턴은 오묘하고 진중한 미감을 드러낸다.
오른쪽 벽면에 자리한 검정 벨벳 소파는 직선적인 조형을 가진 공간에서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감을 선사하며 전체 공간에 균형을 이룬다.
이렇듯 소재의 물성이 가지는 각기 다른 힘이 모여 단순하지만 묵직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완성했다.
이곳이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되기보다 앞으로 전개해 나갈 다양한 방향성을 고려한 까닭이다.
디자이너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양상이 아닌, 담백하고 솔직한 진심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의미 없는 치장은 경계했다.
화려한 수식을 하지 않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편안한 미감, 최소한의 것들로 채운 단정함은 이곳에 그저 머물고 싶게 만든다.
솔직하고 무해한 것들이 주는 평화는 언제나 이롭고, 공간도 그러하다. 묵묵히 곁을 내어주는 사람 그리고 공간. 그 고요한 다정은 편안한 쉼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