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카발리의 피렌체 저택 ;농밀한 데커레이션을 구사하는 로베르토 카발리의 피렌체 고택.
이 집은 동식물을 모티프로 대담한 프린트를 폭넓게 쓰는 카발리의 컬렉션이 휘감고 있다.
호화로움에도 철학과 법칙이 필요하다. 녹음에 둘러싸인 야외 수영장과는 달리, 실내 수영장은 심플하고 차분하게 회반죽 벽으로 마감했다.
로베르토 카발리 브랜드의 플라워 프린트 라운지 체어를 선베드 대신 가져다 두었다.
[ 제인 버킨의 파리 하우스 , 집 곳곳에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녀다움이 배어 있다 ]
내 피 속엔 피렌체가 흐르고 있어요. 늘 먹는 음식은 피렌체산 쇠고기와 파스타. 모차렐라도 빼놓을 수 없고요.
뼛속까지 이탤리언인 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에서 원하는 집을 꾸미고 살 수 있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에요.
올해 74세가 된 로베르토 카발리는 지금껏 피렌체를 떠나지 않은 것을 마음속 깊이 자랑으로 여긴다.
결혼 후 구입한 집은 14세기에 이탈리아 북부 전통 방식으로 지은 거대한 농가.
이 집에서 무려 30년간 살고 있는 그는 토스카나 지방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이 언덕을 눈 감는 날까지 떠날 생각이 없다고 단언한다.
자연과 호화로움의 조화
심지어는 4만5000평의 광대한 부지에 가족 모두를 불러들였다. 아내 에바와 수많은 개, 고양이 그리고 앵무새들은 물론
아들과 딸, 손자들까지 부지 내에 살고 있다. 사이즈에 압도당한 후에도 도발적인 인테리어와 과감한 스타일에 끊임없이 놀라게 된다.
14세기에 만들어진 난로가 거실 한복판에 놓여 있고, 벽에는 르네상스 시기의 진품 회화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여기에 가구나 테이블웨어 등은 유행의 최첨단에 있는 것들이며 카발리 브랜드의 유일한 피스나 한정판들도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그는 이탤리언답게 역사를 매우 중시하기에 모든 것을 새 것으로 꾸미는 것은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집엔 이곳만의 역사가 있어요. 모든 인간은 보이지 않는 역사에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우리 집에서만큼은
역사가 드러나 보이길 원했습니다. 디자인에 몰두하는 시기에 밀란 스튜디오에 머물다
이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오면 전통으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받습니다.
르네상스 시절의 윤택하고 풍요로운 스타일을 현재의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의 사전에는 ‘빼다’ ‘줄이다’ ‘없애다’ 같은 단어는 없는 모양이다.
로코코풍의 안락의자는 레오퍼드 무늬로 뒤덮여 있고, 정원의 수영장 베드는 수영장이라는 것을 잊기라도 한 듯 모피를 감고 있다.
반인반수의 석상들이 줄 지어 있고, 상아 조형물이 빛나는 복도는 그리스 신전도 부럽지 않다.
집 뒤편으로는 호수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엔 카발리의 개인 보트가 정박해 있다.
번쩍이는 대리석 식탁 위의 냅킨조차 암컷 표범 무늬가 대범하게 프린트돼 있다.
로베르토 카발리의 피렌체 저택
집 전체가 번쩍이는 것 같은 착각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그의 좌우명이 ‘More is More’라는 대목에선 더 이상 반박할 의지를 잃고 만다.
“저는 과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왕자입니다.” 스스로를 이렇게 평가하는
카발리 자신의 설명보다 더 완벽한 수식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 장식들은 본질을 해치지 않는다. 정원에 있는 나무로 눈을 돌려
싱그럽고 새파랗게 자라난 잎사귀를 만지며 그가 설명을 덧붙인다.
“신은 최고의 디자이너입니다. 자연과 산을 보면 무엇도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내 깨닫게 되죠.
동물은 내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도 앵무새들의 방이에요.
내가 들어가면 모든 새들이 “로베르토!”를 외치기 때문에 내가 인기가 많다는 데 으쓱해지기도 하고요(웃음).”
위트와 여유가 넘치는 그의 손에는 언제나 진한 빛의 와인이 들려 있다.
자연에 대한 의심의 여지없는 경배는 그를 매일 저녁 창가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