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인재개발원 취업카페
연세대학교 인재개발원 취업카페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극심한 장기침체에 빠졌다.
이 시기에 사회로 나온 청년층은 고실업, 저임금, 고용불안의 3중고를 겪으며 소위 ‘잃어버린 세대’라고 불렸다.
그리고 이는 ‘사토리(달관)’ 세대로 이어졌다. 지난 달 7일 LG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잃어버린
세대 등장의 의미’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일본보다 더 심각한 사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과 비교해 20대 청년 실업률은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치솟는 물가와 달리 급여 수준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현실 속에 아예 노동시장 진입 의지를 자발적으로 접어 버린 니트족 비율도 18%에 육박한다.
결국 낮은 소비와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은밀한 사회 붕괴의 위험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대학에도 즉각 반영되고 있다. 졸업 후 당장 생존이 시급한 현실에서 각 대학은
부지런히 학생들 취업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물론 한편에서는 학문의 전당이자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의 목적이 퇴색되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또 그 본질만을 부르짖기엔 절체절명의 엄중한 밥벌이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캠퍼스 내부에 들어선 취업 지원 공간이 단조롭고 사무적인 어느 관공서의 풍경처럼
삭막한 인사를 건넨다면 오히려 학생들의 취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세대학교 인재개발원 취업카페는 딱딱한 분위기를 벗어나 차별된 지점을 마련한 것이 돋보인다.
디자이너는 기존에 활용되지 않았던 곳을 취업카페로 새롭게 탈바꿈시켰는데 학생들이
부담 없이 취업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편안하게 공부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도모했다.
먼저 학생회관 안의 다양한 부처에 둘러싸여 있는 아일랜드형태를 과감하게 탈피하여 전체적으로 열린 공간을 조성했다.
취업상담 공간, 취업관련 도서관, 인터넷 이용 공간, 다목적 카페 공간 총 4개의 존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필요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각 공간의 기능성이 따로, 또 함께 유기적으로 발현되게끔 배려했다.
개인적이고 은밀한 상담, 독립적인 공부도 가능하지만 학우들과 함께하는 스터디와 토의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 탄생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사용된 밝은 자작나무 컬러와 포인트 색인 노란색이 공간에 산뜻한 분위기를 불어넣으며
자칫 무겁고 암울한 단어로 다가올 수 있는 취업이란 단어를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정서로 환기한다.
여기에 이성적인 면모를 띤 징크의 다크 그레이 컬러가 결합되어 세련미를 더한다.
마치 취업에 대한 설레는 희망과 더불어 이성적인 준비도 필요하다고 넌지시 말을 건네는 것 같은 조화로운 컬러 매치다.
네 개의 상담실은 반개방형으로 독립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품고 있어 상담사와 내담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아늑한 느낌의 삼각형 지붕이 인상적이다.
심리적인 긴장감을 완화시키는데 일조하며 실제로 상담에 관한 만족도가 무척 높아졌다고 한다.
도서관엔 한쪽 벽에 긴 장방형 테이블을 두고 최소한의 의자를 두는 방식을 택했다.
소수의 인원이 오랜 시간 공간을 독점하기 보다는 많은 학생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결과다.
공간을 아우르는 자작나무 톤과 곳곳에 자리 잡은 인조 자작나무의 잎사귀들이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며 취업 공부 매진과 맑은 휴식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
각 존마다 깔끔하게 쓰인 영문 사인으로 확연히 그 안에서의 활동이 구분되는 공간.
밝고 따뜻한 빛이 지배하고 가운데 곳곳의 펜던트 조명이 리드미컬하게 활력을 더하는 공간.
학생들이 취업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것은 절대적인 대척점에 있는 여행지 같은 곳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취업을
오롯이 준비할 수 있는 이런 쾌적한 공간에서 생성되는 학우들과의, 상담사와의, 그리고 스스로와의 보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