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그 공간에 애정을 가진 스타필드 코엑스몰
오랜 시간 그 공간에 애정을 가진 스타필드 코엑스몰
서울 사람도 헤매는 ‘서울 3대 미로’ 중 하나인 코엑스몰. 누구나 코엑스몰에서 길을 헤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언갈 섣불리 단정하는 건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코엑스몰은 정말 그렇다. 몇 번을 가도 길을 잃는다.
온통 하얀 공간에서 계속 같은 곳을 맴도는 기분이 든다. 미궁을 헤매다가 그 끝은 별마당도서관으로 귀결된다.
코엑스몰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00년 문을 연 코엑스몰은 단일층으로 이루어진 넓은 지하공간이지만, 단순하고 명료한 동선 체계와 곳곳에 자리한 주요 상권들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며
사용자들이 쉽게 공간을 인지하고 적응할 수 있었다.
이후 시설이 노후화되고 경쟁 복합쇼핑몰이 늘어나자, 코엑스몰은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2014년 다시 문을 열었다.
어둡고 답답했던 공간은 밝고 세련된 모습으로 새 단장을 했지만, 통일감에 초점 맞춰 비슷한 색감과 소재로 마감한 전체 인테리어는 어떤 차별성을 찾기가 어렵다.
또한 넓은 구역이 나뉘기보다 집약적으로 구성된 공간은 수많은 샛길을 만들었다.
분수대 옆 푸드코트, 반디앤루니스, 에반 레코드가 사라진 코엑스몰에서 사람들은 길을 잃기 시작했다.
2017년 코엑스몰의 운영을 맡은 스타필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엑스몰 중심 공간에 별마당도서관을 만들었다.
별마당도서관은 곧바로 공간의 랜드마크가 되어 이정표로, 도심 속 도서관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길을 잃었다.
광활한 공간에서 하나의 이정표만으로 방향을 알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스타필드와 바이석비석은 그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별마당도서관과 연결되는 세 지점을 계획했다.
‘고메스트리트’, ‘라이브플라자’, ‘아쿠아리움스트리트’
건축적 식별성을 두어 각각의 길마다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설계팀은 하나의 상징물(Monument)이 되어 이용자가 각 지점을 차별화된 이미지로 인식하고 동시에 휴식을 선사하는 ‘장소’로서 기능하도록 디자인했다.
공간의 구조와 위치 그리고 공간을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고유한 캐릭터를 부여했다.
다채로운 미식 경험을 즐길 수 있는 ‘고메스트리트’는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비정형적인 원기둥에 각기 다른 식기류가 오브제처럼 쌓여 독특한 조형미를 이룬다.
계단식 구조를 활용한 ‘라이브플라자’는 초록빛 식물과 함께 자연채광이 드리워지고, 어느 자리에 앉아도 일상 속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쿠아리움스트리트’는 단지 아쿠아리움으로 진입하기 위한 ‘길’이 아닌 ‘장소’로 독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다.
설계팀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용 공간’으로서 적합한 디자인에 대해 고민했다. 공용 공간은 불특정 다수가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이용한다.
다수에는 주변에 자리한 매장들이 포함된다.
공용 공간의 존재감이 주변 매장에 해가 된다면 그곳의 생명력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공간의 목적에 부합하는 ‘본질’과 공간을 점유하는 주변 ‘관계’에 집중했다.
‘고메스트리트’, ‘라이브플라자’, ‘아쿠아리움스트리트’는 공간 속 나침반이 되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고 잠시 쉬어갈 장소를 내어준다.
사소하게라도 누군가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공간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좋은 공간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평가는 머무는 사람의 몫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곳의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