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니스파 SPA Velee Spa
웨이니스파 SPA Velee Spa
온 자연 속에 무색투명의 무미하고 무취한 것은 유일무이하게 물뿐이다.
이렇게 자기의 본체를 더없이 낮춘 모습이라 그런지, 지구 표면적의 4분의 3이 바다,
하천, 호수, 빙산 등의 형태로 된 물이고, 우리 신체의 약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것도 물이다.
어찌 보면 물 속에서 물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진정 무위자연의 표본이 바로 물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노자도 “상선사수(上善似水), 지극히 선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고 했는가 보다.
물은 액체이나 기체가 되기도 하고 고체가 되기도 하며,
묵묵히 고여 있기도 하고 그저 흐르기도 하고 또 가다 막히면 돌아가기도 하는, 어찌 보면 자포자기, 유유자적,
은인자중(隱忍自重)의 상징이며 언뜻 보면 자유분방한 듯하지만 진정 자강불식(自强不息)한 존재이다.
이러한 물의 속마음과 겉모습을 엇비슷하게라도 닮은 디자인을 낳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그는 진정한 득도의 경지에 이른 장인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스파(SPA)’는 라틴어의 ‘Salus Per Aquae, 물을 통한 건강’이 어원이라는 설과 온천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도시 ‘SPAU’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여하튼 현대에 와서는 인간의 육체적 휴식을 통해 정신적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휴게공간임은 분명하기에,
온종일을 화려하고 자극적인 도심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서는 그 오감에 의한 일상의 자극들을 걷어내는 작업이 디자인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디자이너 스티브 렁(Steve Leung 梁志天)의 첫 마디가 ‘뺄셈 디자인’이었기에 그런지,
웨이니스파는 서양 디자인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단순(Simple)’ 정도의 단어나 ‘미니멀리즘’ 또는 ‘Less is more’
쯤의 논리를 뛰어넘는, 동양인만이 갖고 있는 ‘선(禪)’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는 듯했다.
회색조의 석재나 짙은 갈색조의 목재를 주로 사용하였기에 투박하고 무겁다 느껴질지 몰라도 공간은 소탈하면서도 단아하다는 분위기로 맞이하였다.
이런저런 마감재를 조합하였지만 어느 하나 돋보이려 하지 않은 정연한 절제미 속의 은은한 안식을 갖게 하는 안가(安家)라는 느낌이 와 닿았다.
우선 여유가 있는 공간에는 물이라는 자연 요소를 드러내려는 듯, 마치 물의 발원지인 산들이라 보이는 작은 돌을 흩뿌려 놓았다.
그리고 그 물이 흐르며 그려놓은 곡선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 직선과 사선을 품고 있는 마감재들로 벽들을 채워갔다.
또 조명은 모처럼 일찌감치 집에 들어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적합하게 나직한 어둠을 담은 적당한 조도로 계획되었다.
굳이 말한다면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Less is more,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물론 디터 람스(Dieter Rams)의 ‘Less, but Better, 덜하면서도 더 나은’이라는 생각이상의 ‘뺄셈에 의한 덧셈’이라는 철학이 떠오르는 웨이니스파였다.
평생을 두고 많은 ‘덧셈’을 해 왔어야 했던 한 원로 디자이너가 그 공간 안에 ‘새로운 겸허’의 마음가짐을 펼쳐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