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창고 Jungnim Warehouse
중림창고 Jungnim Warehouse
에브리아키텍츠의 뜻이 궁금합니다.
에브리(every)란 접두어가 재밌어요.
건축에도 적용되거든요. 어느 곳(everywhere)이든 작업 대상이 될 수 있잖아요. 일과 관련된 모든 사람(everybody)을 만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건축은 우리 일상(everyday life)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아키텍츠 앞에 에브리를 결합했습니다. 건축을 대하는 저의 태도를 담은 셈입니다.
공공 건축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신 걸로 압니다. 이유가 궁금해요.
민간 프로젝트를 수주할 만한 ‘영업능력’이 부족해서요.
건물은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곤 해요.
삶의 기틀을 마련하는 유치원이나 학교는 특히 더 그렇죠.
문제는 이런 공간이 건축적으로 다소 하향평준화된 측면이 있다는 거죠.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 그런 측면을 개선해 보고 싶었어요.
중림창고는 어떤 곳인가요?
가게입니다. 동네에 활기를 불어 넣는 가게. 가게가 있으면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잖아요.
건너편 성요셉아파트도 그런 구조에요. 위층은 주거공간이지만 1층엔 상가가 있죠.
실제로 중림창고는 건너편 성요셉아파트와 대응하는 구조로 설계됐어요. 현재 중림창고는 서점과 수선집, 살롱 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맞은편 건물과 대응하는 설계가 재밌네요. 건축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언덕과 건물의 사이공간을 채운 단이에요.
창고에 개방감을 불어 넣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아키텍츠 앞에 에브리를 결합했습니다. 건축을 대하는 저의 태도를 담은 셈입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곳 또한 편하게 오고 갈 수 있도록 만든 환대의 장치죠.
여기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앵커시설과 마찬가지로 리노베이션 작업이었나요?
아닙니다. 중림창고는 신축 건물입니다. 건물의 실체만 있고 건물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근처 수산시장 상인들이 빈 터에 물건을 놓고 얼기설기 지내던 게 중림창고의 과거 모습입니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김기찬 작가의 사진이요. 작가는 중림동 골목길 형상이 아닌,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았어요.
건너편 성요셉아파트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보일 때가 있어요.
가게 앞에 앉아 쉬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이요. 중림창고도 그런 모습들을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셨는데, 창고라는 콘셉트를 의식하신 건가요?
낯익은 재료라 골랐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정작 인지하지 못하는 재료에 대한 고민이 낳은 결과에요.
중림동 분위기를 존중한 측면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매끈한 재료는 마주하는 관계들이 발생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건 제가 의도한 바에서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