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의 집 ; 패션 디자이너 제이제이 마틴(JJ Martin)의 하루는 2015년에 탄생한 브랜드 라 더블 제이(La Double J)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역동적인 컬러와 패턴 속에서 시작된다.
풍성하고 로맨틱한 드레스로 이름을 알렸지만 커피잔과 접시, 앞치마, 냅킨, 화병에 이르기까지
마틴은 생기 넘치는 테이블을 위한 아이디어에도 꾸준히 마음을 쏟아왔다.
과감한 디자인이 가져다줄 유쾌한 에너지가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면면에 녹아들 수 있도록.
캘리포니아 출신인 마틴은 캘빈 클라인에서 한동안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다 자신만의 미감을 꽃피우기 위해 2001년 이탈리아로 향했다.
[ 정적이고 고요한 집 , 오각형의 방들과 루버 기둥이 평범하지만은 않은 집 ]
이후 패션 전문 기자로 〈보그〉 〈하퍼스 바자〉 〈월페이퍼〉 등과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누군가 ‘그러면 안 돼’라고 했을 때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이탈리아에 와서도 제 취향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하지만 끈질기게 저항했어요.”
팬데믹 직전, 밀란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던 마틴은 마침내 가로수가 즐비한 거리에 있는 지금의 아파트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3년간 100채 가까운 집을 돌아본 후였다. 꿈에 부푼 그는 곧바로 리모델링 계획과 구입할
가구 목록을 짜는 일에 착수했다. 그때 고미술상인 오랜 친구가 마틴에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채워나갈 것을 조언했다고 한다. “친구의 말을 듣고 일의 속도를 늦췄어요.
인테리어에 사용하려 했던 색의 가짓수도 확 줄이고, 새 가구의 사이즈를 고를 때도 조언을 구했죠.
확실한 것처럼 느껴지는 아이디어라도 전문가의 시각에서 다시 한 번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맥시멀리스트의 집
마틴은 열렬한 빈티지 러버이기도 하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의 집 안 곳곳엔
전 세계를 오가며 모은 빈티지 가구와 오브제들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1950년대 와인색 벨벳 소파, 1900년대 초 중국에서 생산된 샛노란 양탄자, 밀란 나비글리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유리 탁자, 마틴이 애정하는 대나무 소재의 빈티지 의자와 테이블 등등.
예술가 친구들이 마틴의 새 보금자리를 위해 만들어준 소중한 작품도 많다.
화가인 친구는 다이닝 룸의 도배 작업을 자처했는데, 새와 식물이 춤추는 화려한 벽지는
마틴이 발리에서 가져온 콜라주 작품을 모티프로 완성됐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또 다른 친구는 푸른빛으로 뒤덮인 마틴의 개인 명상실 천장에 별이 빛나는 하늘을 수놓아줬다.
벌써 25년째 명상을 지속해 온 마틴은 이곳에서 매일같이 요가를 한다.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세계를 완성하는 과정이 더없이 행복했어요. 맨 처음 맞닥뜨린 빈 공간이 저에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죠. 완전한 자립을 상징하는 이 아파트는 나만의 꿈과
판타지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확고하게 만들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