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헌 집복헌
영춘헌 집복헌
궁중생활문화 전시 프로그램 ‘정조 창경궁에 산다-서화취미’ 전시가 창경궁 내 영춘헌 및 집복헌에서 열렸다.
‘복을 모으는 집’이라는 뜻의 집복헌과 ‘봄을 맞이하는 집’이라는 뜻의 영춘헌에서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태어났으며, 정조의 아들 순조가 태어나고 정조가 마지막 눈을 감은 곳도 이곳이었다고 한다.
작은 마당을 집이 에워 싼 ‘회(回)’자를 겹친 형태의 집복헌과 영춘헌은 원래 두 개로 분리된 집이었는데,
순조 시절 일어난 화재 이후 증축하면서 8자 모양의 집이 되었다.
문화재청이 주관하고 디자인 하우스의 기획 아래, 지음 아틀리에의 박재우 대표가 공간 디자인을 했다.
전시를 보기 위해 흰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된 집복헌의 입구를 들어서면 이 집의 뜰이 나온다.
두 건물이 맞붙어있어 들문을 모두 올리면 뜰 너머로 보이는 또 한 채의 공간이 시선을 연장시킨다.
이 뜰은 외부로는 폐쇄적이지만 내부를 향해서는 개방적이다.
안뜰은 외부 공간이면서도 차양을 치면 햇빛과 비를 막을 수 있어 내부 공간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집안의 큰일이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공간을 확장하여 행사공간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이 전시가 집복헌 영춘헌의 큰 행사인 듯, 이 안뜰에는 반듯한 네모모양의 테이블과 커다란 화분을 두고 관련 서적을 배치해 정조에 관해 더 자세히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순조 시절 일어난 화재 이후 증축하면서 8자 모양의 집이 되었다.
전시는 정조의 취미를 키워드로 하여 시, 서화, 학문, 독서, 편지, 명상의 6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시를 노래하다’라는 전시는 정조가 생모인 혜경궁 홍씨의 생일을 축하하며 적은 시를 종이에 프린트하여 천장에서 늘어뜨렸다.
명필로 손꼽히는 정조의 서체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감성을 그리다’ 전시 공간은 서화를 테마로,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정조의 편지를 수신자 별로 정리한 책부터 정조가 외숙모에게 보낸 따뜻한 안부 편지까지 연대기 별로 선보인다.
‘자연과 호흡하다’라는 전시는 동양화가 김선형의 작품을 허공에 매달고 그 아래쪽으로 한지를 길게 내린 후 조각가 이상길의 작품을 올려 산책하며 사색에 잠기는 정조를 기렸다.
자신의 호를 홍재(弘齎, 세상에서 가장 큰 서재)라고 지을 만큼 책을 좋아했던 정조의 모습은 ‘책을 가까이 하다’라는 전시에서 보여진다.
계단식의 입체적인 책가도를 두고 서책과 붓, 도예 등으로 전시했다.
정조의 삶과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이 서화취미展은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