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인테리어 기본법칙 ;모두 집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다.
이제 집은 TV 보고, 핸드폰 하다 쓰러져 자는 곳이 아니라 매일 삼 분의 일은 ‘열일’하는 사무 공간에,
랜선 모임을 갖는 카페에, 책 읽는 도서관에, 작은 식물원 역할까지 하게 됐다.
얼마 전엔 집에서 보는 전망이 상당히 좋다는 것과 오후 네 시쯤 거실 일조량이 제일 적당하고 빛 색이 예쁘단 걸 알게 됐다.
[ 강남대로 주변의 코포라티즘 , 자본주의의 상징인 거대 기업의 미학적 요구를 수용한 건축 ]
그런 집을 몇 년 동안 커튼 한 번 활짝 열지 않고 침실 위주 극히 일부 공간만 쓰고 있었다니….
집 안 구석구석이 중요해진 시대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토록 여자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이제 방은 집으로 확대될 차례다.
그 집은 편안하고 아름답고 하고 싶은 것을 할 꿈과 열정이 솟아 나와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커튼과 쿠션, 액자, 테이블 클로스 등을 바꾸고 있자니,
이번 글에선 비전문가 입장에서 깨달은 인테리어의 규칙을 풀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은 쿠션 만으로도 공간 분위기가 달라진다
바꿀 수 없는 큰 부분에 나머지를 맞춘다
아파트 거실을 아틀리에로 쓰는 어느 화가 집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작업 중인 여러 그림으로 어지러운 가운데도 마치 엽서 속 풍경처럼 조화로우면서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둘러보니 커다란 거실 창틀이 청록색 샤시였는데 그와 똑같은 색 콘솔이 눈에 잘 띄는 벽 가운데 있었다.
“혹시 일부러 청록색 콘솔을 구하신 건가요?” 물었더니 “알아보셨군요.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창틀 색이 마음에 들었죠. 저 색을 중심으로 꾸며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통일감을 줄 가구가
필요했는데 만약 발견하지 못한다면 칠할까도 생각했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창틀이 인테리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단 걸 그때 깨달았다.
타일이나 창틀 등 바꿀 수 없으면 마음에 드는 부분에 다른 요소들을 맞추면 된다
모든 집은 지을 때 말하고자 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의 오래된 산기슭 빌라촌 중엔 독일이나
프랑스 알자스 지방 산장 느낌으로 지은 곳들이 있고, 각 브랜드 아파트들은 디자이너의
뚜렷한 콘셉트 하에 밀라네제든 파리지앵이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그걸 포착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안전한 인테리어 방법이다.
더구나 임대한 집이거나 공사할 여건이 아니어서 바닥재, 창틀, 문 등이 큰 부분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나머지 가구나 천 소재 소품 등의 색, 분위기는 가능한 그걸 따르는 게 좋다.
바랜 듯한 회갈색 바닥재와 아이보리색 빌트인 가구가 시공된 아파트면 가급적 소파, 커튼 등도
베이지나 아이보리 내추럴한 천 소재, 들이는 가구도 체리, 월넛 계열보다는 회색이나 아이보리,
버치(밝은 자작나무 색) 등이 잘 어울린다. 감각에 자신 있다면 밝은 캔버스라고 생각하고 아예 비비드한 쪽으로 가도 괜찮다.
현실적 인테리어 기본법칙
하지만 체리 색 몰딩이 둘린 고전적인 공간을 정반대인 차갑고 모던한 실버 주방 가전이나
컬러풀한 철제 가구 위주로 꾸미면 아무래도 불협화음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감각에 자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비비드한 컬러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
Tip. 2 색은 크게 세 가지까지만 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같은 디자인 강국은 도시부터 시골까지 ‘어쩌면 이렇게 감각적으로 잘 꾸몄지?’ 싶은 집이 많다.
그런데 온갖 골동품과 미술품으로 꾸민 집도 전체적으로 보면 전문 용어로 주조 색, 보조 색, 강조 색 다 합쳐도
세 가지 정도만 쓴 경우가 많다. 색에 대해선 강박적 면모까지 보여 노란 벽돌조에 파란 덧창이 달린 건물이면
입주자 전체가 그에 어울리는 같은 연노랑 커튼을 달고 절대 바꾸지 않는 것 같은 풍경도 흔하다.
베이지가 주조 색, 연회색이 보조 색이면 둘에 잘 어울리는 빨강을 강조 색으로 해 소파와 커튼을
통일하는 식으로 치밀하게 색 사이의 균형을 계산한다.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건 화병 속 꽃,
소파 위 여러 쿠션이나 복잡한 그림 정도일 텐데,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마저 어울리는 색으로 맞춰서 배치한다.